2013년 5월에 백령도에서 3일에 걸쳐 이상한 뻐꾸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19일에 섬의 서편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 소리는 섬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습니다. 21일에는 섬의 북동쪽에서 매튜 폴님과 함께 들었으며, 22일에는 섬의 남서쪽의 먼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이 노랫소리는 뻐꾸기 Cuculus canorus의 노랫소리와 박자가 매우 유사했지만 짖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글로 쓰자면 “Wao-Wao” 또는 “Bre-Ho”를 음소마다 딱딱 끊으면서 반복하였습니다. 대체 무슨 종이었을까요? 21일에는 이 소리를 듣자 마자 매튜 폴님과 함께 주변의 나무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다녔고, 마침내 뻐꾸기로 추정되는 개체와 함께 등이 어두우며 배의 줄무늬가 짙지만 담황색을 띄는 엉덩이에는 줄무늬가 없는 두견이과의 새를 관찰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깃털무늬로 판단하여 벙어리뻐꾸기 C. optatus로 동정하였으며, 같은 날에 두견이 Cuculus poliocephalus와 검은등뻐꾸기 C. micropterus 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두견이과 분류군 cuculus는 가장 고전적인 동정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어찌 보면 이들은 동정하기가 가장 쉬운 종들입니다. 두견이과의 새들은 빈번하게 소리를 내며, 특히 수컷의 노랫소리는 독특하고 알아듣기가 쉽습니다. 적어도 뻐꾸기와 두견이의 경우에는 암컷도 독특한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들을 동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두견이과의 새들은 한국에 여름철새로 도래하는데, 일반적으로 수 주 간의 기간 동안만 노래를 부릅니다. 이들은 심할 정도로 숨어 다니는 습성이 있으며 나무가 깊이 우거진 숲 속에 서식합니다. 게다가 종 간의 깃털무늬가 비슷하며 신체구조 또한 매우 닮아있습니다. 더욱이 다른 지역에서 최근에 행해진 연구에 의하면, 두견이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뻐꾸기조차도 사실은 “수수께끼 같은 종들의 혼합체” (Fuisz & Kort 2007)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아래에 있는 두견이과 수컷 4종의 전형적인 노랫소리를 들어보면 이들의 어떤 점이 다른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두견이 (가거도, 2009년 5월 27일):
벙어리뻐꾸기 (가거도, 2009년 4월 22일):
검은등뻐꾸기 (백령도, 2013년 5월 25일):
뻐꾸기 (소청도, 2010년 5월 19일):
이들은 종 별로 독특한 노랫소리를 가지지만 종 안에서도 변이들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벙어리뻐꾸기는 노래의 도입부가 다양하며, 두견이는 좀 더 빠르고 격정적이며 변이가 많은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뻐꾸기 또한 노래들간에 미묘한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뻐꾸기 노래의 변이(방대한 출현 지역 중의 최소 일부 지역)는 서식지뿐만 아니라 탁란을 하는 숙주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노래의 두 번째 음절에서 제일 많은 차이점들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Fuisz & Kort 2007). 그리고 이 연구에서는 한 문헌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숲에 서식하는 새들은 일반적으로 개방된 환경에 서식하는 새들에 비해서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한국에서 들었던 뻐꾸기 노래소리들 간에도 어떠한 차이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뻐꾸기 소리(5월 중순에 소청도에서 녹음되었는데 북쪽이나 동쪽으로 멀리 이동하는 개체로 보입니다)를 아래쪽에 제시한 소리 (2010년 7월 9일, 한여름에 하태도에서 녹음)와 비교해보면 박자에서 미묘한 차이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뻐꾸기 (하태도, 2010년 7월 9일):
우리나라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하태도에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더불어 방대한 규모에 걸쳐서 대나무와 키 작은 초목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7-10일 탐조뉴스 서문 탐조: http://www.birdskorea.org/Birds/Birdnews/BK-BN-birdnews-2010-07.shtml). 이러한 환경 덕분에 많은 수의 섬휘파람새 Horornis diphone과 섬개개비 Locustella pleskei가 번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두 종은 저희가 제시하고 있는 녹음파일에서 자주 들리는 종들로서, 소청도와 같이 북쪽 멀리 위치한 곳들에서는 번식기록이 없습니다.
소청도와 하태도에서 들린 뻐꾸기 소리 간의 차이점은 그 다음날 더 먼 거리에서 녹음된 소리(하태도, 7월 10일)를 들어보면 확실하게 알 수가 있습니다:
뻐꾸기 (하태도, 2010년 7월 10일):
물론 서식지나 숙주에 의한 차이 때문에 이러한 변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들 소리를 들어보면 뻐꾸기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뻐꾸기는 짖는 듯이 “Bre-Ho”하고 울지 않으므로, 2013년 5월 백령도에서 들었던 새소리의 주인공은 뻐꾸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Bre-Ho”라는 소리는 상당히 특이한 노래소리입니다. 제가 이 소리를 들은 것은 2013년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기록해둔 것을 보면, 2000년 5월 9일에 가거도 남서쪽의 1구와 2구 사이에 있는 숲에서 “두견이과, ‘Bre-ho, Bre-ho, Breho’ 등으로 운다. 중얼거리듯이 시작해서 뻐꾸기와 개가 섞인 듯한 소리를 낸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이후에 이와 비슷한 소리를 5월(2003년 아니면 2004년)에 어청도에서 들었지만 그 당시를 묘사해둔 기록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5월 25일, 가거도의 푸른 활엽수림에서 이 소리를 다시 들을 수가 있었으며 소리를 녹음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미동정 두견이과 (가거도, 2009년 5월 25일):
이 새가 울 때의 모습은 관찰하지 못하였지만 이 노랫소리는 별 다른 변화 없이 거의 20분 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당시에 소리가 들려오던 위치는 박새 Parus minor의 둥지가 있는 둥근 모양의 숲 천장을 따라서 10-20m 정도 이동하였습니다. 저는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서 새가 움직일 때 짧은 시간 동안 2-3번 정도 모습을 관찰할 수가 있었으며 그 중 한 번은 새의 모습을 확실히 관찰하였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몸과 머리가 작아 보였으며, 긴 부리를 하고 있는 두견이과의 새였습니다.
혼란스러워진 저는 결국에 두견이과의 전문가이신 Clive Mann 박사님(최근에 발표된 두견이과에 대한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 http://www.nhbs.com/cuckoos_of_the_world_tefno_178610.html)께 가거도에서 녹음한 소리를 보냈습니다.
Mann 박사님의 답장:
“이 개체가 정말로 두견이과의 새라면, 가능한 후보는 뻐꾸기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사님이 그 곳에서 관찰하신 다른 두견이과 새들의 소리보다는 뻐꾸기 소리와 제일 유사합니다. 두견이과의 새들은 소리를 배우지 않고 유전적으로 타고나므로 제 생각에 이 개체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서 특이한 노랫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2011년 4월 1일)
지금도 이 노랫소리를 다시 들어보면 여전히 제가 듣기에는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 소리, 둘 다 닮은 것 같습니다(벙어리뻐꾸기는 보통 도입부가 격정적이지 않으며 자동차 경적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기는 합니다). 그러므로 새의 크기가 비교적 작다는 것을 짧은 시간 동안 관찰하기는 했지만 검은등뻐꾸기나 두견이는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몸집으로 판단하면 크기가 작은 두견이가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거도에서 관찰된 새가 어떤 종이었는지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있지만(애초에 두견이과는 맞을까요?), 수 년에 걸쳐 봄 시기에 여러 곳의 섬들에서 비슷한 소리가 들린 것으로 봐서는 이 특이한 노랫소리가 생각보다 더 흔하게 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노랫소리가 희귀한 변이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면 흔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2013년 현재, 이 문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습니다. 21일 백령도에서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렸던 작은 계곡 근처에서 5월 26일에 로빈 뉼린교수님이 촬영한 새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근처의 나무에 앉아있던 그 새는 형태와 크기로 봐서 되지빠귀 Turdus hortulorum로 생각되었는데, 저희의 반대 방향으로 파도 형태를 그리면서 날아갔으며 작은 나무 속으로 급강하하였습니다. 그 새는 두견이과의 새였는데 몸집은 매우 작았고 부리는 길어 보였으며, 꼬리는 짧고 아랫면의 줄무늬가 매우 두꺼웠습니다. 그 당시에 멀리서 디지스코핑 사진을 찍어보니 머리는 특이하게 녹빛을 띄고 있었으며, 윗날개의 날개덮깃은 어두운 녹회색, 흑회색이었습니다(카메라의 왜곡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잠시 후에 새가 가까운 곳으로 날아왔고 저는 좀 더 쓸만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야외에서 보였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기는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부리가 길어 보이며, 가냘픈 꼬리에는 5개 정도의 검은색 띠가 보입니다 (검은등뻐꾸기의 특징들이나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에게서 명확하게 보이는 꼬리의 점들은 보이지 않음). 아랫면의 줄무늬는 매우 굵으며(엉덩이와 아랫꼬리덮깃의 대부분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곳에서 관찰된 대부분/모든 두견이들과는 다른 특징). 몸 윗면은 어두우며 (몇몇 날개깃은 가장자리가 녹빛), 가장 큰 특징으로는 매우 강하고 대조적인 녹빛을 띄고 있는 머리를 들 수가 있습니다 (몇몇 특징들로 판단해보면 cacomantis 속의 뻐꾸기로도 볼 수가 있습니다). 비록 부리의 길이와 몸 아랫면의 두꺼운 줄무늬가 비전형적이며 이때까지 글쓴이가 봐왔던 적색형 두견이 개체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크기와 형태, 그리고 어두운 색의 몸과 눈으로 볼 때 두견이와 가장 유사해 보입니다.
혼란이 가중된 저는 이 사진들을 Mann 박사님에게 보냈습니다. 그분께서는 매우 친절하게도 6월 3일에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로 이상한 개체입니다! 이 깃털무늬는 야외에서는 물론 사진이나 삽화, 표본으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생각하신 것처럼 다른 종들에 비해서 두견이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언급하셨듯이 개체의 크기로 봐서 두견이로 생각됩니다. 머리를 제외한 몸통 부분은 회색 빛을 띄는 유조로 보이며...”
관찰된 시기와 장소 (만일 유조라면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깃갈이를 했을까요? 두견이는 5월 중순경 한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짖는 듯한 특이한 소리와 독특한 깃털패턴 간에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를 고려하여 다른 탐조인 분들에게 전문적인 답변을 요청하려 합니다.
지난번의 글을 통해서 놀라운 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Mann 박사님이나 필자는 전에 이런 깃털무늬을 본 적이 없었지만 국내의 몇몇 다른 탐조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심규식 박사님이 보내주신 메일에 따르면, 2011년 5월 신진도 (태안반도)에서 다수의 탐조인들이 앞에 언급한 개체와 놀랍도록 닮은 개체를 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최순규 박사님이 그 개체의 사진을 남겼으며 이 개체 또한 잠정적으로 두견이로 동정되었습니다.
이 개체의 크기나 꼬리 길이를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깃털무늬는 백령도에서 관찰된 개체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눈에 띄는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태안에서 관찰된 개체의 꼬리에 있는 점무늬가 다 자란 성체처럼 좀 더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한국에는 태안과 백령도의 개체뿐만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다른 개체들의 기록이 하나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한 깃털무늬의 두견이과 개체가 한 마리 이상인 것으로 판단되면서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머리가 주황색인 두견이과 조류 (orange-headed cuckoos)”들은 모두 두견이인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깃털무늬는 북쪽에 서식하는 개체군에서 더 많이 나타날까요, 아니면 전 지역에 걸쳐서 나타나는 것일까요? 다른 두견이과 조류들에서도 이런 깃털무늬가 나타날까요? 그렇다면 두견이과 조류들에서 적색형 무늬가 모든 개체들에게서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이에 따라서 다를까요? 그리고 당연한 질문이지만,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Bre-Ho” 노랫소리의 주인공과 적색형 깃털무늬 간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이제 여러분께 여쭤볼까 합니다.
혹시 2009년 가거도에서 녹음된 소리와 비슷한 노랫소리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혹시 이전에 위와 같은 형태의 두견이과 개체를 관찰하거나 사진을 촬영하신 적이 있습니까?
답변을 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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