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27
돌아오지 않는 제비
출처: 경향신문 2009년 5월 11일 오피니언 <박성수 논설위원>
제비는 흥부전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캐릭터이다. 제비는 자신의 다리를 고쳐 준 흥부에게 답례의 뜻으로
박씨를 물어다 준다. 흥부에게 구원을 받은 제비는 힘없는 민중을 상징하고, 흥부에게 재물을 안겨주는 제비의 행위는
보은의 뜻을 전하는 하늘의 메신저로서 의미를 갖는다고도 한다.
제비는 우리의 세시풍속에서도 영물이자 길조(吉鳥)로 남아있다.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강남으로 갔다가 3월 삼짇날에 돌아오는데, 이처럼 수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수가 겹치는 날에 돌아오는 새는 영물로 여겨졌다. 더구나 제비가 집에 들어와 보금자리를 트는 것은 길할 징조로 믿었다.
강남 갔던 제비가 언제부터인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 때는 너무 흔해 귀한 줄 모르고 지냈던 제비가 도심에선 아예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고, 시골에서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0㏊당 37마리이던 개체수가 지난해에는 21.2마리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도심에서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사라져 둥지 틀 곳이 없고, 시골에서는 농약과 살충제 사용으로 먹잇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비는 벼랑이나 처마 밑에 진흙으로 둥지를 틀고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집 지을 때는 해조류나 진흙을 이용, 자신의 침과 섞어 벽에 붙도록 짓는다. 제비인들 처마없는 살풍경한 아파트에 어찌 집을 지을 수 있겠으며, 해조류나 진흙을 물어오려면 얼마나 먼길을 돌아와야 할 것인가. 다급해진 문화재청과 조류학계가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강남에서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시기인 이달 중 실태조사를 벌여 멸종위기에 육박하는 심각한 결과가 나오면 천연기념물로의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제비가 사라진다고 해서 가뜩이나 심란한데, 4대강 개발에 이어 인천 송도의 갯벌도 산업단지조성으로 매립되는 모양이다. 매립지는 저어새의 산란이 발견된 곳이라 한다. 빈터만 생기면 올라가는 것이 아파트고, 땅만 보이면 삽질로 환경은 뒷전이다. 먹을 것도 없고 살 곳도 없는 황폐한 생태계를 생각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염치가 없다.
출처: 경향신문 2009년 5월 11일 오피니언 <박성수 논설위원>
박씨를 물어다 준다. 흥부에게 구원을 받은 제비는 힘없는 민중을 상징하고, 흥부에게 재물을 안겨주는 제비의 행위는
보은의 뜻을 전하는 하늘의 메신저로서 의미를 갖는다고도 한다.

강남 갔던 제비가 언제부터인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 때는 너무 흔해 귀한 줄 모르고 지냈던 제비가 도심에선 아예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고, 시골에서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0㏊당 37마리이던 개체수가 지난해에는 21.2마리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도심에서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사라져 둥지 틀 곳이 없고, 시골에서는 농약과 살충제 사용으로 먹잇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비는 벼랑이나 처마 밑에 진흙으로 둥지를 틀고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집 지을 때는 해조류나 진흙을 이용, 자신의 침과 섞어 벽에 붙도록 짓는다. 제비인들 처마없는 살풍경한 아파트에 어찌 집을 지을 수 있겠으며, 해조류나 진흙을 물어오려면 얼마나 먼길을 돌아와야 할 것인가. 다급해진 문화재청과 조류학계가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강남에서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시기인 이달 중 실태조사를 벌여 멸종위기에 육박하는 심각한 결과가 나오면 천연기념물로의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제비가 사라진다고 해서 가뜩이나 심란한데, 4대강 개발에 이어 인천 송도의 갯벌도 산업단지조성으로 매립되는 모양이다. 매립지는 저어새의 산란이 발견된 곳이라 한다. 빈터만 생기면 올라가는 것이 아파트고, 땅만 보이면 삽질로 환경은 뒷전이다. 먹을 것도 없고 살 곳도 없는 황폐한 생태계를 생각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염치가 없다.
출처: 경향신문 2009년 5월 11일 오피니언 <박성수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