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곳]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교수님의 시론: http://jkl123.com/sub3_1.htm중에서.
올해 여름에 읽고 공유하기로 작정했던 것이 늦어졌습니다. 각자의 행동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지성들은 바로 우리 사회의 희망일 것입니다.
필자로부터 게재 허락을 구하지 않았으나 널리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만 여기에 올립니다.
1. 머리말
발행부수 많은 일간지만 읽고 지상파 방송만 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
유로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렸는지 아니면 암
묵적 담합이 있었는지 몰라도, 웬일인지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언제나 굳게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정론지 뉴욕타임즈는 “보도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를 보도한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 언론은 언제부
터인가 “내가 원하는 뉴스만을 보도한다.”(Only the News That I Want to Print.)라는 모
토를 채택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눈을 돌려 좀 더 균형 있는 보도에 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그들
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그들에 따르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4대강사업에 반
대를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극소수의 정치적인 지식인, 종교인만이 반대
를 하고 있을 뿐, 말 없는 다수는 4대강사업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대화를 제의해도 이들은 일방적으로 그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보수
언론은 지금 우리에게 이처럼 자기 마음대로 왜곡한 진실을 믿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언론에 세뇌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을
향해 날이 선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해 한다. 반대하는 소수의 지식인, 종
교인을 그냥 무시해 버리면 될 텐데 구태여 그들에게 날을 세우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무슨 일이든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아마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 해도 언제든 밝혀지게 마련이다. 보수 언론이 개별적인 사안에 대
해서는 왜곡 보도를 한다 해도 그림 전체를 짜맞추면 진실이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마
련이다. 예를 들어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공격에 관한 기사
를 보고 사람들은 반대하는 세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수 언론이 그것
을 보도한 의도는 4대강사업을 띄워 주려는 데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과 관련된 진
실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된다.
보수 언론이 아무리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는 진실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세력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숱
한 문제들로 운동 집단이 형성되고 해체되었지만, 지금까지 4대강사업 반대 그룹처럼 규모
가 큰 집단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회복을 목 타게 갈구하고 있던 시절
에도 지금처럼 우리나라 4대 종교집단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어떤 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몇 천 명이나 되는 대학교수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 경우도 전혀 없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사회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취미 삼아 한 번 모이자는 식으로 만들어진 집단이 결코 아니다. 우리
국토 전체의 안위가 달려 있는 심각한 문제를 팔짱만 끼고 바라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
로 뭉쳐진 집단이다. 따라서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게끔 되어
있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반대 의사
를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들이 왜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홍
보 부족으로 인해 실정을 잘 모르고 반대한다는 말로 받아치고 있다. 소통이 없는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듣지는 않고 내 말 더 들어보라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
다. 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고 역공을 취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은 단 한 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는 독선과 아집에 기
가 막힐 따름이다.
4대강사업 반대 그룹의 일원으로서, 나는 실정을 몰라서 반대하고 있다는 말에 심한 모욕
감을 느낀다. 이 사업에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환경공학적, 수문학적, 생태학적 측면이 중요
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며, 내가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동안
부지런히 4대강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왔으며,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지식을 축적했다.
내가 신뢰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4대강사업은 환경공학적, 수문학적, 생태학적
측면에서 전혀 쓸모없을 뿐 아니라 매우 큰 위험성을 수반하는 사업이다. 나는 그들이 엄밀
한 과학적 근거 위에서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
정부가 4대강사업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내세운 것들을 보면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 엉터리
논리뿐이다. 게다가 내가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우스꽝스
러울 정도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사업이다.
정치적 목적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말은 한층 더 모욕적으로 들린다. 그 동안
나에게 배운 수많은 제자들이 증언해 주겠지만, 나는 일생을 정치와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
이다. 비록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인해 훌륭한 업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
지 않고 학자로서의 한 길을 걸어온 데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앞으로도 정치
판에 발을 들여 놓을 의사가 추호도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나에게 정치적 목적
운운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들린다. 다른 교수, 신부, 목사, 스님, 교무들 어느 분
에게도 그런 말을 입에 담기라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 양심을 몽땅 걸고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시민
으로서,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경제학자로서의 양심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
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 동안 나는 이런 저런 각도에서 왜 4대강사업을 해서는 안 되
는지에 대해 많을 글을 써 왔다. 실정을 몰라서 반대한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반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공격에 반박하기 위해 내가 왜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 보려고 한다.
2. 4대강사업은 시대착오적인 ‘강 죽이기’다
한반도대운하사업 얘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가장 주목했던 것은 그 사업의 시대착오적
성격이었다. 아니, 비행기로 화물을 나르는 세상인데 강 위에 느림보 화물선을 띄워 물류혁
명을 일으키겠다고? 한 마디로 한반도를 길게 관통하는 운하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해외토픽
에나 나올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대선 때 내건 공약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고 다
짐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취임 반년도 안 되어 그 계획을 접을 수밖
에 없었던 것은 하나의 필연이었다.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지 몇 달 후 뜬금없이 등장한 4대강사업
은 온통 초록색 분칠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녹색뉴딜’이라는 가당치 않은 구호와 함
께 나타났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는 성격의 계획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한반
도대운하사업을 4대강사업으로 ‘이름 세탁’을 했다고 해서 공사의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었
다. 이름과 명분이 바뀌었어도 시대착오적이며 반생태적인 사업의 본질은 털끝 하나 바뀌지
않았다. 토목공사의 기본 내용이 한반도대운하의 경우와 똑같이 대대적인 준설과 여러 개의
댐(보) 쌓기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물을 잘 흐르게 만든다고 물길을 똑바로 만들고, 물을 가둬 둔다는 목적으로 높은 댐 쌓
는 것은 치수의 낡은 패러다임이다. 홍수 방지라는 명목으로 높은 시멘트 제방을 쌓는 것만
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미 오래 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강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오히
려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연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
역시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선진국에서는 강 주변에 만들어 놓은 인
공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4대강사업이 갖는 시대착오성은 외국 전문가에 의해서도 정확하게 지적된 바 있다. 세계
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는 2010년 3월 26일 "Restoration or Devastation"이
란 제목하에서 4대강사업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지형학의 권위자인 UC
버클리대학의 컨돌프(G. Mathias Kondolf)교수는 이 사업의 발상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금 길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한 문단을 그대로 인용해 보기로
한다.
더욱 근본적으로 어떤 학자들은 그 계획[4대강사업]이 하천 관리에 관한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4대강사업은 선진국에서 하천 관리
방식이 진화되어 온 길에서 벗어나 있다.”라고 UC 버클리대학의 지형학자 컨돌프
교수는 말한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개발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이제는 강들에
굽이쳐 흐르고 넘쳐흐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말한다. 이 접
근방식이 생태적으로 더욱 건전할 뿐 아니라, 준설이나 제방축조로 인한 하천 관리
작업을 필요 없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사업 담당자 홍씨는 이에 대해 한
국의 강에 대해 자신들이 연구하고 사례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댐과 준설이 최
선의 대안이라고 대꾸했다.
More fundamentally, some academics believe the plan reflected outdated
thinking about watershed management. "The Four Rivers Project is out of
step with the way river management is evolving in the developed world."
says G. Mathias Kondolf, a geomorphologist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He says planners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now aim to
give rivers room to meander and flood. This approach is more ecologically
sound, Kondolf says, and eliminates river maintenance imposed by dredging
and embankments. Project official Hong counters that based on their
research and case studies of rivers in South Korea, dams and dredging is__
the best solution.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말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으려 할 테지만,
외국의 전문가가 말했으니 믿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는 댐 축조와 준설이 현재 선진국에서
하천을 관리하는 방식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접근방식이라고 명확하게 밝
히고 있다. 입만 열면 선진국을 본받자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왜 강에 대해서만은 선진국이
가는 길과 정반대의 길을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편할 때만 선진국의 예를 인용하는
그들의 버릇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입맛이 영 씁쓸하다.
그리고 이 글에 나온 홍씨라는 사람이 누구를 뜻하는지 모르지만, 대답 치고는 무척 궁색
하다는 느낌이다. 도대체 몇 달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 강에 대해 무슨 심도 있는 연
구를 하고 사례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별 근거 없이 궁색함으로 모면하기 위해 그렇게 대
답했을 것이 너무나 뻔하다. 최선의 대안이란 것은 몇 년의 기간에 걸쳐 수많은 모형실험을
거치고도 찾아내기 힘든 법이다.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4대강사업의 찬성논리가 대체로 이
정도로 엉성하고 뜬금없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강물이 자유롭게 굽이쳐 흐르고 넘쳐흐르도록 놓아두는 하천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명확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강
바닥의 모래와 자갈이 엄청난 수질 정화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도 강물이 그런대로 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그것을 모두 준설해 강을 깨끗하게 만든다지만, 사실은 이 자연 정수기를 철
저하게 망가뜨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 자정기능을 말살시켜 버리고 수질 개선한답시고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으려는 모습이 “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만든다.
또한 홍수 예방의 측면에서 볼 때도 자연스러운 강의 흐름에 섣불리 손대는 것은 위험한
장난이다. 그 동안 수많은 홍수를 겪으면서 자연은 나름대로의 방어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적절한 장소 몇 곳을 둑으로 보완하기만 하면 자연 그대로의 강은 훌륭한 홍수방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경험한 대부분의 홍수 피해가 4대강사업의 공사 대상이 아
닌 상류나 지류에서 일어났으며, 그나마 산림 파괴나 난개발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무모한 4대강의 직강화가 어떤 초대형 인재를 초래하게 될지는 역사가
증언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한 마디로 말해 4대강사업은 시대착오적인 ‘강 죽이기’에 불과하다. 자연 그대로의 강을
살려 둔 채 부분적인 손질을 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댐 축조와 준설이라는
낡은 교리를 적용해 우리의 강들을 몽땅 죽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토목공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3. 생태계 교란은 위험한 불장난이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이 공사의 본질이 ‘4대강 죽이기’라는 것
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다. 강은 그 자체의 생명을 갖고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강변의 하찮게 보이는 풀숲, 모래톱, 웅덩이라 할지라도 수억 년을 끊
임없이 흐른 물길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그것들이 수많은 홍수와
가뭄을 거쳐 갖게 된 오늘날의 모습은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다.
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오직 심미적인 측면에만 있는 것
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름답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자연에 섣불리
손대지 말아야 할 더 중요하고 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원래 상태 그대로 잘 보존
된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이롭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이득의 관점에서 볼
때도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수질 정화나 홍
수 예방의 측면에서도 (약간의 보완을 가한) 자연 그대로의 강이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4대강사업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국토 전체의 생태
계가 몽땅 뒤집혀질 정도로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 자신도 현재의
상태에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진실은 감히 부정하지 못하리라고 믿는다. 청계천과
양재천의 작은 성공에 들떠있는 정부는 생태계 교란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 채 위험한 도박
을 벌이고 있다. 썩어 있던 작은 물줄기들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과 아무 문제가 없던 4대강
을 뒤집어엎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생태계에 대한 무지 때문에 4대강을
청계천과 양재천처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불장난인지 모를 뿐이다.
최근 섬진강에서만 사는 갈겨니가 난데없이 청계천에서 발견되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
다. 청계천 관리당국이 풀어 넣었는지의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하여튼 청계천의 생태환
경이 엉망으로 망가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말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이 흐르기 시
작하면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종류가 크게 늘었다는 선전도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
는 지금 정부가 온 국토의 강들을 청계천의 꼴로 만들어 놓으려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청계천의 예를 보면 4대강사업이 모두 끝난 후 강 주변의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지리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물고기 잡아와 4대강 아무
곳에나 풀어 놓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한강에만 사는 물고기가 영산강에서 발견되는 일
같은 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 놓고는 강물이 깨끗해져서 서식 어종이 더욱 풍
부해졌다고 거짓 홍보를 해댈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 큰 강들이 고유의 생태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초대형 어항이나 수족관으로 변화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생물학 교과서를 바
꿔 써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르는 무신경의 소유자들
이 지금 우리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생태계의 교란은 그 귀결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
다. 전국의 4대강을 온통 뒤집어엎은 후 우리 국토 전반에 걸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하지 못한다.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지하수 수위가 어떻게 변화할
지, 혹은 어떤 동식물의 종이 사라지고 어떤 종이 새로 나타날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최근
의 언론 보도를 보면 새만금사업의 여파로 인근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몇 미터 깊이로 파
여 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새만금사업이 시작되기 전은 물론 공사가 진행되고 있
던 과정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전 국토에 걸쳐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들이
속속 나타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게 될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4대강사업으로 전 국토의 생태계가 엉망으로 망가지면 원상회복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울 테니 걱정이 더욱 크다. 뿌리째 뽑혀나간 나무들과 풀이 다시 무성해지려면 수십 년
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강바닥의 모래를 몽땅 긁어내는 바람에 산란장을 잃은 물고기들
이 다시 떼지어 다닐 만큼 그 수가 늘어나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불
도저와 포클레인으로 뭉개진 모래톱과 습지는 영영 되살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목전의
이득에 눈이 어두워 이런 위험한 일을 저지른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4대강사업의 반(反)생태성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수만, 수억 년을 평화스럽게 살아오
던 뭇 생명들을 죽음의 구렁이로 내몰고 있다. 요즈음 인터넷상에서 나도는 사진들을 보면
4대강사업이 우리 국토를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렸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생명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들도 우리 인간과 똑같은 생명의
권리를 갖고 이 땅에서 터 잡고 살아가는데, 도대체 우리가 그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갈 그
어떤 권리를 갖고 있다는 말인가? 한 인간으로서의 내 양심은 이 거대한 ‘죽음의 사업’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중략부분
http://jkl123.com/sub3_1.htm?table=my1&st=view&page=1&id=97&limit=&keykind=&keyword=&bo_class=
4. 정당한 절차가 무시된 반민주적 사업이다
5. 아무런 준비도 없는 졸속사업이다
6. 경제적으로 전혀 가치가 없는 사업이다
7. 맺음말
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경제학자로서의 모든 양심
을 걸고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나는 그 사업이 수행할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수행
해서는 안 될 것임을 자신 있게 증언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4대강을 정비해야 할 당위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강들
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홍수와 물 부족의 위협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대규모 토목공사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는 정부만 알고 있을 뿐 우리는 단
하나도 알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이 단지 아까운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빚는 데 그친다면 이렇게까지 격렬하
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대규모의 환경 파괴와 생태계
교란이 가져올 파장이다. 현재 고작 3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공사가 완전히 끝났을 때 4대강 연변이 얼마나 끔찍한 모습으
로 변화해 있을지는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다. 그때가 되면 수천, 수만 년을 우리 곁에서
정겹게 굽이치며 흐르던 강은 우리와 영영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 대신 인공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저수지들이 우리를 맞게 될 것이다.
전국의 강들을 청계천과 양재천처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국의 강을 성형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할지 몰라도 속으로 골병이 든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 이 강에서 살던 물고기를 저 강으로 옮기고, 이 강변에서
자라던 풀과 나무를 저 강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 국토의 생태계는 엉망으로 망가져 버
릴 테니까 말이다. 그와 같은 인간의 무모한 간섭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빚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크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순수한 동기에서 우러나온 국민의 걱정 소리에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과 정부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포기할 기미를 전혀 보이
지 않고 있다. 수많은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강한 목소리로 ‘4대강사업 절대불가’를 외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임기 안에 끝내겠다는 고집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국민이 어떤 말을 하던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독선과 오만이 두렵기만 하다.
지금 4대강사업을 둘러싼 국론분열의 양상은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언
론이 이 진실을 잠시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의 눈과 귀를 언제까지나 가려둔 상태
로 묶어놓을 수는 없다. 나는 이 위기상황의 진전 과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
다. 최악의 경우 정부와 반대진영 사이에서 힘의 대결이 빚어질 수 있고, 어쩌면 2008년의
촛불시위 때보다 한층 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정부에게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학자들과 종교인들이 발표하는 성명서를 정독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사업을 저지하려는 이들의 결의가 얼마나 굳건한 것인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회유와 위협에 넘어갈 사람인지의 여부도 미리 파악하고 있
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4대강 사업 결사반대의 의지를 이미 굳혀놓은
상태이며, 어떤 회유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만약 이 사실을 잘 안다면 반
대여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지금과 180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약이라도 올리듯 속
도전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반대진영의 결의를 더욱 굳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현실의 상황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기 어려운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정적인
반전이 없는 한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의 삽질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
서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지식인과 종교인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다. 파
국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4대강사업의 삽질을 잠시 멈추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뿐이다. 어차피 4대강사업은 계속할 테지만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식의 거짓 대화 제의
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끝내 설득할 수 없다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
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사실 민주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
한 일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계속 반대할 의사를 갖고 있다면 미련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 뽑혔다 해서,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해서
모든 일을 자기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건네받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을 만큼 성숙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자부해도 좋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인해 민주주의적 원칙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국론분열의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 민주
주의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4대강사업을 그대로 밀어 붙인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나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
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