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27
아침에도 사람들이 부지런히 다니는 길에 쥐가 한마리 차에 치여 죽어있다. 나는 대체로 모든 생명에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 생명외경 사상을 가지고 있다. 뭐 거창한 사상인지 어쩐지는 모른다만.
물론 여름에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모기나 축축한 이불속에서 활약이 극심한 빈대들에게까지 사상의 외연을 확대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해충이니 그런가?
그렇다면 해충( 모기나 파리등의 입장에서 보면)은 오히려 인간들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은 여기에서 접기로 하고...
아뭏든 모든 게 인간본위이니 파리모기등은 일단 생명보호 차원에서는 괄호 밖이다.
그런데 짐승이 차에 치여죽은 것을 볼 때마다,
보통의 인간, 평균적인 동정심을 가진 인간들에게는 분명 "불쌍하다 측은하다"라는 감정이, "더럽고 지저분하면서 추하다"는 느낌보다는 더 크리라 믿는다.
이 비명횡사한 동물 사체를 보면서 측은함과 추함 둘중 하나를 느낄 때에,
바로 거기에서 그 특정인의 본성이 나뉘어진다고 말하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선함과 악함으로...
물론 선함과 악함사이에는 무수한 미묘한 層位 가 존재하리라.
모든 모든 행위에는 선과 악이 混肴(혼효)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뭏든 쥐가 차에 치여 만신창이로 대로변에 방치되어 사체가 산산조각 흩어지는 데에, 비록 미물이지만 측은함을 가지는 게 평균적인 인간성이 아닐까?
날도 추운데 쥐의 영혼이 수습못해, 구천을 헤매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成佛은 아니지만 대자대비--아니 小慈 小悲(소자소비)인가/--의 측은함이 맘 곁에 스물거리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