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 상징적인 두 조류에 대한 케이스 연구

넓적부리도요 Eurynorhynchus pygmeus, © Kjetil Schjolberg

언뜻 보기에 갯벌은 동일해 보이지만 자세한 관찰을 통해 갯벌의 퇴적양상은 지역에 따라 여러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에 서식하는 무척추 동물, 도요·물떼새 종도 아주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2006년까지 새만금은 두 강이 자유롭게 흘러드는 방대한 갯벌로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는 복잡한 생태계를 유지, 19종의 도요·물떼새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개체수의 군집을 형성하던 곳이다. 이것은 1997년과 2005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의 넓적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가 이 곳에서 중간기착을 해 온 것을 포함한다.

이 두 조류는 번식기를 제외하곤 갯벌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러시아의 추코트카, 캄차카 해안에서 번식을 하는 넓적부리도요는 황해를 거쳐 계절이동을 하며 뱅갈만, 태국, 남중국해 등지에서 비번식기를 보낸다. 붉은어깨도요는 동시베리아에서 번식을 하는 새로 대개 황해를 거쳐 호주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비번식지로 이동을 한다.

조류의 세계에서는 유사한 예가 없는 주걱형의 부리를 가진 넓적부리도요는 먹이를 찾는 방식도 아주 독특하고 특성화되어 있다(Burton 1973).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는 이들의 비번식지를 통틀어 이 조류가 선호하는 서식지의 형태는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아주 얕은 물의 모래 성분이 섞인 갯벌 지역으로 주로 강 삼각주의 가장 바깥 쪽 부분이나 섬이다”.

1998년~2005년 사이 새만금에서 대부분의 넓적부리도요가 관찰된 경우는 새들이 심포, 옥구 등지로 휴식을 위해 날아올 때 뿐이었다. SSMP (2006~2008) 조사 동안에도 대다수의 넓적부리도요들이 옥구, 심포에서 관찰되었다. 방조제 공사 이후 아주 감소된 밀물에 교대로 번갈아 밀물에 잠기고 드러나고 하는 인근의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금강 하구(넓적부리도요에게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의 하나가 된) 에서도 이 조류는 유사한 형식으로 고도로 지역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개체들은 간조 시에 인접한 작은 규모의 물에 흠뻑 젖은 모래 갯벌(실트와 섞인)에서 먹이를 찾고 밀물 때 파도에 씻긴 작은 동일지역으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2006년과 2008년 사이 금강 하구에서 기록된 이 조류의 개체수는 약간의 증가 추이를 보이지만 새만금에서 실종된 개체수를 대신하는 것으로 보기엔 부족하다. (그림 5)

극심한 멸종위기종인 이 조류의 총 개체수는 이제 150~300여 쌍에 그친다 (Zöckler et al, in prep.).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이 조류의 개체수 감소에 가장 주된 요인은 계절이동 경로상의 서식지 조건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넓적부리도요의 복원을 위한 국제실천계획은 하구언 공사로 인한 하구의 자연적인 유통 변화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는 수백 마리의 넓적부리도요 개체가 기록되다가 하구언 공사 이후 수 년 안에 매해 겨우 10개체에도 못 미치는 수가 관찰되고 있는 낙동하구의 예를 인용하고 있다. 새만금에서도 조수의 유통이 줄어듦에 따라 SSMP조사를 통한 집계된 넓적부리도요 개체수도 감소하여 2006년 34개체, 2007년 31개체, 2008년에는 3개체만이 기록되었다.


그림5. SSMP조사지역에서 2006~2008 북향 중인 넓적부리도요의 최고 개체수


그림6. SSMP조사지역에서 넓적부리도요의 2006~2008 북향 계절이동 타이밍 모델


붉은어깨도요 Calidris tenuirostris, © Dr. Phil Battley

이 두 조류 간에는 서식지 선택에 있어 다소 공통된 점이 있긴 하나 붉은어깨도요는 종종 수킬로미터 이상 펼쳐진 방대한 갯벌을 선호한다. 이 지역에서 붉은어깨도요는 전형적으로 물가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찾는데, 썰물이 빠져 나가며 금방 바닥을 드러낸 곳이 먹이 사냥에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서북 호주 와 대한민국에서 실시된 조류의 섭식에 관한 연구로 이 조류는 대체로 조개, 바지락과 같은 작은 조개를 촉각으로 찾아 진흙에서 끄집어내 통째로 삼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특수화된 식성은 소화 기관, 감각 기관의 상당한 적응을 필요로 하는데 그 결과 붉은어깨도요는 갯벌이 아닌 타 서식지에서는 거의 먹이를 찾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의 붉은어깨도요 개체수는 방조제가 완전히 닫힌 이후로 급속한 감소를 보였다(그림 7). 그 이전에는 주로 만경, 동진 하구의 안쪽에서 막대한 수의 개체들이 빽빽이 모여 먹이를 찾는 것이 관찰되곤 하였다. SSMP 조사 기간 동안 가장 큰 무리가 기록된 곳은 아직까지 간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옥구, 심포 그리고 앞바다의 섬들이다.

2006년 붉은어깨도요의 총 개체수는 380,000마리로, 이 중 북향 계절이동 기간 동안 동진에 60,000 개체, 만경에 59,000개체 정도를 포함하여 약 176,000개체가 대한민국을 거쳐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새만금과 중국의 얄루지앙 이 두 지역만이 붉은어깨도요 총 개체수의 10퍼센트 이상을 수용하며 아산만, 남양만 금강 하구에서는 총 개체수의 5퍼센트 이상이 기착한다. 새만금의 매립으로 아산, 남양만의 개체수도 급격히 줄어 이제 새만금을 포함한 SSMP 조사 지역, 대한민국 전역에 걸친 붉은어깨도요 개체수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감소는 명백한 사실이다. 반면, 황해에 접해있는 중국의 얄루지앙에서 중간 기착하는 붉은어깨도요의 개체수에는 이렇다 할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고 2000년과 2007년 사이 일본에서도 이 조류의 개체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mano H., in lit. 2008).


그림 7. SSMP조사지역에서 붉은어깨도요의 2006~2008 최고 개체수의 변화


그림 8. SSMP조사지역에서 붉은어깨도요의 2006~2008 북향 계절이동 타이밍 모델


넓적부리도요 Eurynorhynchus pygmeus, Photo © Kjetil Schjol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