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협약이란?
글: 김락현, 새와 생명의 터 자원봉사자
오클랜드 대학교 국제환경법/환경지리학 박사과정

새와 그들의 서식처 보존에 열정을 쏟는 우리가 람사협약 (Ramsar Convention on Wetlands) 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국내, 국제환경법을 진보적으로 발전시키고 습지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나눠보고자 이 글을 드립니다.

The Convention on Wetlands, signed in Ramsar, Iran, in 1971, is an intergovernmental treaty which provides the framework for national action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the conservation and wise use of wetlands and their resources. There are presently 156 Contracting Parties to the Convention, with 1676 wetland sites, totaling 150 million hectares, designated for inclusion in the Ramsar List of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우선 시작에 앞서 “국제협약”, “국제 환경법”이라는 어쩌면 웅장한 단어들로 인해 그것이 우리들과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무언가”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제의 국제 환경법은 국가 간의 (inter-national), 정부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었지만 (inter-governmental), 오늘날에는 국가들 사이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들,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고 해석하며 이행 해 가는 세계법 (trans-national / global) 입니다.

람사협약은 국제 환경 조약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로 1971년 이란의 한 도시 람사에서 탄생했으며, 우리나라는 101번째 협약국으로 비교적 늦은 1997년 람사협약에 가입/승인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물새의 서식처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협약” (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 으로 처음 생겨났을 때엔 물새 보호를 위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중점을 두었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매 3년 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채택된 여러 결의문을 통해 람사협약의 영역이 확장되었고 지금 협약은 습지를 생물다양성 보전에 아주 중요한 생태계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다방면에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람사협약국 총회가 2008년 10월 28일부터 일 주일간 우리나라 경상남도 창녕에서 열립니다. 총회에서는 155개의 협약국이 모여 여러 결의문을 채택합니다. 이렇게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을 통해 1971년에 쓰여진 3페이지 남짓되는 조약문에 의미가 부여되고 발전됩니다. 지난 9 차례의 총회를 거쳐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관련하여 다방면의 결의문이 채택되었고, 그로 인해 단순한 (각 협약국이 자발적으로 지정한) 람사습지의 보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틀 안에서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규범을 강조하는 협약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국제협력 분야, 국내 이행 면에 있어서 많은 발전이 필요합니다.

결의문은 조약 본문과는 다르게 연성법 (soft law) 입니다. 다시 말해, 결의문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적습니다. 하지만 “법”이고 아주 유용하고 중요한 도구이자 규범입니다. 실제로 상당한 수의 연성법 규범들은 이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경성법 (hard law) 으로 발전합니다. 예를 들어서 “현명한 이용” (wise use) 이라는 규범이 국제사회의 여러 국가 (예: 대한민국, 뉴질랜드), 민간단체 (예: Wetlands International, 새와 생명의 터 등) 및 개인들 (예: 회원여러분, 새만금 주민들) 사이에 계속되는 상호 작용 (interaction), 해석 (interpretation), 내제화 (internalisaiton) 과정을 통해서 법이 탄생하고 채택되고 이행됩니다.

대부분의 국제(환경)조약과 마찬가지로 람사협약 또한 국가 간의 약속으로 결정권을 가지는 이해당사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 관료들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국제환경법의 발전과 이행에 있어서 국내 외 NGO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새와 생명의 터 여러분들께서 후원해주시고 국내외 조류학자 및 환경운동가님들께서 봉사해주신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그러한 NGO 역할의 일환으로, 새만금 간척사업이 수반하는 갯벌과 해양생태계 파괴가 어떻게 철새의 생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총회 때 증거로 제시하려는 시도입니다.

새와 생명의 터 여러분들께서는 이러한 국가를 감시하는 watchdog 역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로비를 통해서 앞서 말한 람사협약의 이해와 규범 내제화에 심혈을 기울이시고 계십니다. 여러분께서 새만금 사업에서와 같이 공공의 소유인 “공유 수면”을 지구 시민 사회의 (global civil society) 의견은 고사하고,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며 정부가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것과, 새만금 사업이 국경 밖으로 타 국가 및 지구 전체 생태계에 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주셔야 합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부터 새만금 복원을 위한 인터넷 청원인 "Restore Saemangeum"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한국 대사관으로 탄원서가 보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풀뿌리 움직임이 국제(환경)법을 발전시킵니다. 인간이 생태계의 질서를 무시하고 임의대로 그려놓은 국경이 철새들의 생태를 위협하는 것에 대응하여 점차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인식이 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증진이 앞서 말한 국가/주권간의 국제법에서 (Inter-national law) 국경을 넘는 국제법으로 (trans-national law) 패러다임 전환, 새로운 국가 간의 환경 책임론과 환경 윤리적 패러다임의 부흥에 힘을 모읍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람사 협약국으로서 어떤 의무가 있는지, 여러분께서 국가에 어떤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람사협약에는 크게 보전 (conservation), 현명한 이용 (wise use), 그리고 국제협력 (international cooperation) 이라는 세 가지 의무를 155개 협약국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첫째, 보전의 의무란 국가가 관할권내에 있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를 지정하고 보전하는 것 입니다. 어떤 습지가 “국제적으로 중요”한가를 정하는 척도는 지난 1990년에 개최된 제4차 총회때 결의안으로 채택되어 지금까지 여러 수정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중엔 물새 20,000마리 이상이 정기적으로 서식하거나 물새의 한 종의 1%에 해당하는 개체수가 서식처로 이용하는 경우 그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이러한 척도를 충족시키는 연안 습지가 수십 곳에 (30곳 이상) 달하지만,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람사습지) 로 지정되어 있는 연안 습지는 단 한 곳, 순천만에 불가합니다. 전 세계엔1,675개의 람사습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의무로는 현명한 이용 (wise use) 이 있습니다. 현명한 이용이란 지정된 습지 뿐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주변 해양 및 육상 (점차 대기도 포함) 생태계를 통합해서 생각하는 개념으로, 미래 세대와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이용”과 비슷한 의미이나, 2005년 채택된 결의문을 통해서 인간중심에서 생태 중심의 개념으로 재 해석되어 탈바꿈했습니다. 이제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 한다라는 의미는 인간을 위해 지속 가능한 속도로 개발, 이용한다는 뜻보다 습지의 생태적 특성을 지속,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의무로 국제협력이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와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의 보호를 위해 국제협력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새만금과 같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파괴하는 행위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명백히 국제법에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가 람사협약국 총회를 개최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람사에 대해 아는 분이 많이 없는 듯 합니다.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고 오히려 전문가가 부족한 점을 기회로 만들어 우리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람사협약을 공부하고 목소리를 크게 낼 때입니다. 세계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sustainable development) 생태 정의를 (ecological justice) 이룩하기 위해 국제환경법의 진보적 해석에 목말라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 있는 새와 생명의 터 회원, 우리들의 몫 입니다.